일기장

로스트아크에서 본 메타버스와 자본주의 고찰

시골의사쿠쿠 2021. 3. 23. 22:39
728x90

요즘 로스트아크가 다시 떠오르고 있고 골드시세가 폭등하면서 과거 생각이 아련해 오랜만에 다시 접속해보았다. 로딩 배경음악만 들어도 옛 향수가 아련하다.

시즌1때부터 로아(로스트아크)를 시작해서 나름 꽤나 재밌게 했었는데 그때는 컨텐츠도 한계가 있고 처음에는 재밌었던 미션들이 점차 매일매일 해야하는 숙제처럼 느껴져 지겨워지고, 무엇보다도 내 소중한 시간이 송두리째 로아로 삭제되는 것 같아 두려웠다.

그러다 재밌는 생각이 들어 일기를 써본다.

 

꿈과 희망의 나라 로아

 

로스트아크를 하며 느낀 것은 그래픽도 좋았지만 시스템을 잘 설계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을 가져다 놓은 것 같았고 어떻게 해야 이 시스템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보았다.

그 이유는 이제부터 살펴보자.

로스트아크를 시작할 때 과금러와 무과금러로 나뉜다. 무과금러는 일반적인 게임의 성장과정을 따른다.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고 레벨업을 하고 정직하게 광물을 캐고 나무를 캐서 게임머니(골드)를 마련한다. 한편 과금러(자본이 있는 사람)은 돈으로 그들의 시간을 살 수 있다. 더 높은 효율로 사냥을 하고 레벨업도 빠르고 더 좋은 아이템을 얻는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과금러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게임은 즐거우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투자금 하나 들이지 않고 내손으로 정직하게 돈을 벌고 성장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만족스럽다. 문제는 남들과의 비교에서 시작된다. 우리 사회또한 그렇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월급을 받는다. 승진을 하며 점차 월급도 많아지고 성장하는 기분에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소수의 부의 추월차선을 타는 사람들이 내가 정직하게 노력한 것이 우습게, 더 큰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더 좋은 아이템을 사기 위해 게임머니(골드)가 필요하다. 무과금러는 그것을 순전히 노력해서 만든다.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광물을 캐고 나무를 캔다. 내가 광물을 캐러 이곳에 들어왔는지 게임을 하러 왔는지 순간 착각에 빠진다.

광물을 캐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단순노동이다. 하지만 시간이 들고 재미가 없다. 하지만 노력하면 많은 골드를 주니까 이런 노가다를 하고 그러면서도 만족한다.

과금러는 그들이 만든 광물을 골드로 산다. 그들은 골드가 많다. 즉 돈으로 그들의 시간을 사는 것이다. 그들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게임을(인생을) 즐길 수 있다. 현재 게임은 점차 발전하는 작은 사회이다. 때문에 레벨이 높을 수록 더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고 특히나 처음으로 던전을 정복한 랭커에게는 어마어마한 보상이 온다. 예를 들어 첫 획득에 대한 전설급 아이템이 있다던가, 골드 보상이 있다던가. 그 아이템을 파는 사람들은 자신이 과금한 것보다 더 큰 골드를 획득할 수 있다. 그럼 남들보다 빠르게 2티어, 3티어의 던전으로 들어갈 수록 보상이 크다는 말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랭커들은 제프 베조스, 일론머스크와 같은 CEO들 또는 유대계 자본가들로 대입해 보자.

그들은 선두주자로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고 있고 그들의 기업가치와 창출해 내는 수익은 천문학적인 단위이다. 그에 비해 무과금러(일반 직장인, 흙수저들)의 보상(월급)은 한정적이고 점차 줄어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무과금러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게임을 할 때는 효율이고 뭐고 재밌으면 된다. 그런데 요즘 볼 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행복할까? 그렇지 않은 듯하다. 반복되는 일상의 쳇바퀴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뭘까?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지만)

로스트아크 게임을 하며 느낀 점이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랭커가 되는 것이겠다. 그럼 게임의 재미와 보상 두가지 모두 챙길 수 있겠지. 하지만 타고난 재능의 차이도 있고 하고싶다고 모두가 다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두번째 방법은 랭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포지션이다.

 

 

여기서 통나무는 아~무 나무나 캐서 나오는, 저랩유저도 캘 수 있는 벌목에 대한 보상이다. 근데 이것이 가장 잘팔리고 비싸다. 왜냐구? 랭커들이 레벨을 올리는데 통나무가 많이 필요한데 이것은 노가다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노가다를 하지 않는다. 왜? 돈주고 사면 되니까. 레벨 올릴 시간도 없고 재미도 없는데 노가다 할 필요가 있는가. 천골드만 주면 하겠다는 사람이 널려 있는데.

게임에서 가장 비싼 물품들은 그들이 레벨업을 할 때 필요한 물건들이다. 모든 유저들은 레벨업을 할 때 재료가 필요하다. 근데 이 게임에서는 재료를 서로 팔 수 있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일반유저들은 재료를 자신의 레벨업을 하는데 쓴다. 그런데 장사꾼들은 자신의 레벨업을 포기하고 재료를 모으는 족족 비싸게 판다. 왜냐면 재료가격은 랭커들이 모두 졸업하고 나면 시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 비싸게 팔았던 재료를 값이 떨어졌을 때 싸게 사서 쉽게 레벨업을 하고 다음 티어로 넘어가 또 가장 비싸게 팔리는 물건을 모으러 다닌다.

 

게임을 안해본 사람은 의아할 수 있다. 아니 게임을 재밌으려고 하지 왜 남들한테 물건 제공하러 게임하냐고 

그런데 이제는 게임이 돈이 되는 세상이 왔다. 오히려 게임에서 일상생활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가상현실을(게임을) 새로운 사회로 만들어 놓은 시스템. 그게 메타버스다.

 

한시간 정도 나무만 캐고 다니면 통나무 100개 정도를 모을 수 있다. (이건 숙련도에 따라 다르다.) 극단적으로 만약 위 사진처럼 1500골드에 팔렸다고 가정해보자.

 

대충 올라온 시세가 1000골드에 4000원이다. 대략 6000원이다.

그럼 이제 다시 묻겠다. 만약에 그냥 앉아서 컴퓨터로 클릭만 해도 시간당 6천원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있다고 하면 하겠는가? 여기서부터는 생각들이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게임머니를 이제 금이나 비트코인, 암호화폐로 준다고 하면 어떨까?

현금의 가치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같은 월급을 받아도 물가가 올라가는 것에 대해 한숨을 쉰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물건들로 생필품을 살 수 있다면? 물가가 올라가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가? 만약에 일자리가 점차 구하기 어려워지고 가상현실 시장에 일자리가 많아진다면 사람들은 가상현실로 출근을 하게 될까?

 

게임에서 최고가 되든지, 게임을 포기하고 돈장사를 하든지, 처음부터 과금을 하든지, 아니면 욕심없이 만족하면서 즐기든지

가장 애매한 사람은 랭커를 꿈꾸면서 광물을 캐고 있는 사람이다. 


 

또하나는 생활컨텐츠를 하다보면 플래티넘 광산이 있다.

플래티넘 광산은 가끔 나오는 희귀한 입장티켓이 필요해서 자주 갈 수 없지만

들어가면 고급 보상이 몇배나 잘나온다.

그런데 그 시스템은 협동 시스템이다. 광물을 캐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일정 확률로 플래티넘이 나오는데 그것을 들어서 본진까지 옮기는 수고를 해서 모두가 합친 개수가 4개면 모두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보상이 나온다. (요즘에는 시스템이 바뀌었지만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보자)

여러번 게임을 해본 결과 그 속에는 두 부류가 있다.

모두 함께 협동 게임부터 깨고 자신의 광물을 캐는 부류

그리고 알아서 누군가는 깨주겠지 하고 자신의 광물+ 남의 광물까지 캐는 부류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광물을 캐고 싶다.

하지만 협동 했을 때의 보상이 크다면 협동을 하게 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자신의 광물만을 캐는 사람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게 되면 나같은 사람은 그런 사람을 만나면 같이 협동을 하지 않는다. 내가 남좋은 일을 왜 해

그럼 다같이 적은 수익을 받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을 때 누가 가장 큰 수익을 거둘까 어떤 전략이 성공적이었을까

개인적으로는 협동을 하고 광물을 캐는 쪽이 아닐까 싶은데 그건 로스트아크 측에 물어보고 싶다.

흥미로운 주제라 누가 연구를 해줬으면 좋겠다.

 

 

728x90
반응형